[취재수첩] 깡통 금고 논란 자초한 새마을금고

입력 2024-04-05 17:47   수정 2024-04-06 18:25

‘새마을금고는 금융협동조합으로서 한국 고유의 자율적 협동조직인 계, 향약, 두레 등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하고….’

새마을금고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소개 문구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남 산청군 등에 설립된 다섯 개의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 이후 새마을운동이 역점 사업이 되면서 조직망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현재 총자산 287조원, 거래자 2200만 명의 거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런 새마을금고가 연이은 논란에 휩싸였다. 하나는 ‘깡통 금고’ 우려다. 지난해 적자를 낸 금고 수(431곳)가 전년 대비 열 배가량 불어났다.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금고도 80곳에 달했다.

▶본지 4월 4일자 A1, 3면 참조

다른 하나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불법 대출 의혹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융감독원은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부실 여신심사 등 위법·부당 혐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둘은 얼핏 무관해 보이지만 기저엔 한 가지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설립 취지와 어긋난 대출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가 급증했다. 지방의 여러 금고가 공동으로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식이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많은 지역 금고가 무더기로 부실 위험에 직면했다. 양 후보를 둘러싼 불법 대출 의혹은 ‘정체성 혼란’의 끝판왕이다. 수성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담보가 확실해 돈을 떼일 우려가 없는데 대출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새마을금고가 다른 금융기관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관계형 금융’에 있다. 해당 지역에서 오랜 기간 영업하며 고객 집의 숟가락 개수까지 헤아릴 만큼 정성적 정보를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작금의 새마을금고를 보면 상부상조를 위한 협동조합이 아니라 덩치를 잔뜩 키운 금융회사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대구에 있는 금고가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사업자 대출을 해주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정부와 새마을금고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감독할 경우 관계형 금융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났다. 새마을금고는 관계형 금융기관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경영 혁신이 아니다. 새마을금고 스스로 설립 취지를 돌아보고, 무너진 정체성을 다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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